
목감천/ 이은택 時論
탄소중립을 향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속화되면서 역설적으로 전력망의 불안정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기상 조건에 따른 변동성이 커 전력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생산하기 어렵다. 이처럼 제어하기 힘든 재생에너지의 치명적 약점을 보완하고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구원투수’로 양수발전(Pumped Storage Hydropower)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양수발전은 전력 수요가 적거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과도해 전력이 남는 시간대에 하부저수지의 물을 상부저수지로 올려 퍼올려 저장한다. 이후 전력 수요가 급증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감할 때 상부의 물을 떨어뜨려 순식간에 전기를 생산하는 대규모 거대 배터리(ESS) 역할을 수행한다.
양수발전이 차세대 에너지 체계에서 필수적인 핵심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양수발전은 정전 상태에서 수 분 내에 즉각 발전을 시작할 수 있는 ‘기동성’을 갖췄다. 주파수 유지를 위한 계통 유연성 자원으로서 최적의 대안이다. 화학적 리튬이온 배터리(ESS)는 화재 위험성과 짧은 수명, 그리고 장시간 대용량 저장의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양수발전은 대규모 전력을 40~50년 이상 안정적으로 저장·공급할 수 있어 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압도적이다.
재생에너지 과잉 생산 시 전력망 붕괴를 막기 위해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 문제를 해결해 줄 핵심 수단이다. 버려질 수 있는 친환경 전력을 상부저수지의 위치에너지 형태로 바꿔 보존할 수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양수발전을 친환경 녹색분류체계(태소노미)에 포함하고 신규 설비 확충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역시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성공적인 양수발전 확대를 위해서는 단순한 설비 건설을 넘어 기술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전력 출력 조절이 한층 자유로운 '가변속 양수발전' 도입을 확대하고, 입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상생 협력 모델 구축 및 환경 영향 최소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단지 발전원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생성된 전력을 얼마나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거대한 자연 배터리이자 전력계통의 안전밸브인 양수발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