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태산에서 열린 제1회 CMG 세계로봇태산등반대회에서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과열로 경기를 중단하고 들것에 실려 내려왔다. 반면 같은 기업의 4족 보행 로봇 A2는 43분 41초 만에 경주 코스를 완주했다. 이 장면은 로봇 기술의 경쟁력이 화려한 동작을 구현하는 능력에서 장시간 실제 환경을 견디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봇도 산을 오르다 지칠 수 있을까. 중국 태산에서 열린 로봇 등반대회에서 벌어진 한 장면이 이 질문을 현실로 만들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계단을 오르던 중 과열로 경기를 포기했고, 결국 사람의 손에 들것으로 옮겨졌다.

지난 11월 2일 중국 산둥성 타이안시 태산에서는 중앙방송총국(CMG)이 주최한 제1회 CMG 세계로봇태산등반대회가 열렸다. 약 90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홍문에서 중천문까지 이어지는 약 3.9㎞ 구간에서 진행됐다. 3,100여 개의 계단과 약 600m의 고도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코스였다.
중국 매체 IT즈지아(IT之家)는 이날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경기 도중 과열 문제로 완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영다즈청 팀이 출전시킨 G1 개발판은 중국 춘제(설) 갈라쇼에 등장했던 것과 같은 모델이다. 운영자는 안전을 고려해 경기 중단을 결정했고, 현장 스태프는 로봇을 들것에 실어 산 아래로 옮겼다.
이 장면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누리꾼들은 로봇이 '열사병'에 걸렸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관심을 보였다.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제 운용 능력에 관한 중요한 질문이 담겨 있다. 그것은 무대에서 잘 움직이는 로봇이 산에서도 잘 움직일까였다.

글로벌타임스는 11월 5일 보도에서 이번 과열이 단순히 외부 기온이 높아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로봇 내부에서 발생한 열을 냉각 시스템이 충분히 배출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해당 로봇이 대회 환경에 맞춘 별도의 튜닝 없이 출전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로봇의 성능을 평가할 때 기체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실제 운용 환경에 맞춘 설정과 준비 과정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태산 등반은 평지 보행과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 계단을 오르려면 무릎과 발목 관절이 몸체를 지속해서 들어 올려야 한다. 균형을 유지하면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발을 정확한 위치에 놓는 동작도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절 구동기는 높은 부하를 받는다. 특히 이족보행 로봇은 두 다리와 여러 관절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장시간 연속 동작을 수행할수록 발열 관리가 중요해진다.
기술 전문 매체 SpecsLib도 이번 대회를 분석하면서 무릎과 발목 액추에이터의 열관리, 모터 권선과 감속기에서 발생하는 열의 배출을 주요 기술 과제로 지목했다. 다만 구체적인 고장 부위와 온도, 전력 사용량, 냉각장치의 작동 상태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특정 부품의 결함으로 단정하기보다 연속적인 고부하 동작에서 발생한 열관리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부분은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이 중도 포기한 반면, 같은 기업의 4족 보행 플랫폼 A2는 완주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니트리 계열의 베이징 링이과기 팀이 출전시킨 A2는 4족 보행 경주에서 최종 기록 43분 41초를 기록해 우승했다. 실제 주행 시간은 41분 41초였으며, 2분의 벌점을 더한 기록이다.
이 결과를 단순히 이족보행과 4족 보행의 우열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두 플랫폼은 관절 구조와 무게 배분, 보행 방식, 구동 조건이 다르다. 경기 코스와 종목별 평가 조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번 결과는 로봇의 형태와 임무에 따라 실제 환경에서 요구되는 기술적 조건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족보행 로봇은 사람과 비슷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균형 유지와 관절 제어에 더 많은 부담이 따를 수 있다. 4족 보행 로봇은 네 개의 다리로 지지 기반을 확보할 수 있어 산악 지형과 같은 환경에서 다른 운용 특성을 보인다.
휴머노이드 경주에서는 지신링웨(智身凌岳) 팀의 인이(银毅) NE01이 1.6㎞ 구간을 27분 26초에 완주해 우승했다. 이 기록은 전체 3.9㎞ 산악 코스와 다른 구간에서 나온 결과이므로 A2의 기록과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이번 대회가 보여준 핵심은 로봇이 얼마나 빠르게 걷는가에만 있지 않다.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제된 실험실에서는 바닥 상태와 온도, 동작 범위, 운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무대 시연도 정해진 동작과 제한된 시간 안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공장에서는 반복 작업을 수행해야 하고, 물류 현장에서는 무거운 물체를 운반해야 한다. 산악 순찰이나 재난 대응에서는 불규칙한 지면과 기온 변화, 장시간 이동에 대응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관절 구동기의 효율, 배터리 지속시간, 냉각 구조, 충격 흡수, 부품 내구성, 유지보수 편의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의 작업을 대신하려면 짧은 시간 동안 뛰어난 동작을 보여주는 것보다 정해진 작업을 반복하면서 성능을 유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로봇의 실용성은 시연 영상이 아니라 실제 작업 환경에서 축적한 운용 데이터로 평가해야 한다.
이번 G1의 중도 포기는 로봇 기술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지만, 이를 기술 경쟁의 실패로만 볼 필요는 없다. 실제 산악 환경에서 발생한 과열은 개발자가 실험실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드러냈을 가능성이 있다. 연속 등반 과정에서 구동기에 어떤 부하가 걸리는지, 열이 어느 부위에 집중되는지, 냉각 시스템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등을 분석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번 사고가 실제로 어떤 기술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후속 시험과 제조사의 개선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대회 참가와 중도 포기 자체가 기술 발전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로봇 산업은 이제 무대 위에서 사람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태산 대회는 그 과정에서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로봇이 사람처럼 걷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흥미롭다. 그러나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사람처럼 보이는 로봇이 아니라 주어진 일을 안전하게, 오랫동안, 반복해서 수행하는 로봇이다.
태산에서 들것에 실려 내려온 G1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로봇 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보여줬다. 이제 로봇 기술의 경쟁력은 얼마나 멋지게 움직이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가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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